(스포일러 대량 함유)
게임이 시작할때 푸름이는 꿈을 꾸면서 일어난다. 꿈에 나온것은 어딘지 그리운 남자의 모습. 하지만 그 남자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한참동안 꾸지 않았던 꿈인데, 요즘 신경이 예민해져서 그런지 오랫만에 꿈을 꾸었다.
여기서 의문. 대체 왜 푸름이는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걸까? 게임에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는건 샤워중 집에 누군가가 쳐들어오고, 쫓아 나가는 과정에서 목이 졸린 이후이다. 갑자기 살해당할뻔 한 푸름이는 혼란에 빠지고 주변 사람들을 모두 믿을 수 없게 되고, 신경과 스트레스로 기면증이 재발하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리게 된다. 그리고 솔이의 도움을 받아 주변의 일들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사실.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기를 노리는 사건, 자기를 노리지는 않았지만 영향을 많이 준 사건, 그리고 연관성은 없어 보이지만 수상한 일들.
경찰서에서는 요즘 동네에 수상한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며 순찰을 강화했고 (그리고 푸름이는 순찰도는 형사를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했고) 그런 순찰 강화와 치안불안은 게임 시작 이전부터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 이야기대로 생각해 보면, 푸름이가 게임 시작할 때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던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수상한 일들 때문이었다. 본인은 일상을 유지하고 싶었고 신경쓰면 안된다고 (강박적으로)생각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 일들을 무시했고 무시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자기도 모르게 신경이 한없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던거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깨달은 뒤에 일어난 사건들은 체육복 분실과 앨범분실. 우편함에 들어있던 사진과 한밤중에 걸려오는 전화. 우편함에 들어있던 쪽지. 집앞에서 죽은 고양이. 몇가지는 진범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고 몇가지는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고 몇가지는 진범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일이었다. 그리고 아마 진범은 의도적으로 꾸준하게 무언가 수상한 일들을 벌이고 있었을거다. 그리고 푸름이의 모든것을 파악하고 있었을테고. 어머니를 없애고 푸름이를 손에 넣기로 결심한 뒤에는 아마 본격적으로 그런 것들을 실행에 옮겼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푸름이가 인식하지 못하는 곳에서부터 일어났다.
그래서 드는 의문인데, 대체 목을 조른 사건은 왜 일어난걸까? 굉장히 상징적이고 큰 일이었기 때문에 의문을 가지지 못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이게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다. 진범의 목적은 푸름이를 죽이는게 아니었을테니까. 만약 정말 푸름이를 죽이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기회가 훨씬 많았고, 더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진범은 푸름이 집에 습격했고, 공격했고, 실패하자 집 밖으로 나왔고, 푸름이를 덮쳤다. 만약 위협만 하려는 의도였다면....푸름이가 화장실에서 문 안잠갔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목을 졸러서 정말로 죽어버렸으면? 게임끗..
목졸린 사건을 빼고 이야기를 보면... 푸름이는 스토킹을 당했고 증거도 뭐도 없었고 자의식과잉인가 피해망상인가 하고 괴로워 했고 하지만 그게 남자라는건 확실했기 때문에 여자인 솔이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솔이는 푸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건을 함께 추리했고 고민했고. 하지만 명확하게 스토킹이라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넘기기엔 너무 수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이게 신경과민은 아닐까? 별일 아닌데 쓸데없이 신경쓰고 있는건 아닐까? 사실은 아무일도 아니지 않을까? 하는 신경쓰이는 나날들. 하지만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솔이는 그래서 고민하다가 푸름이에게 이야기한다. "혹시 범인이라는건 없는거 아닐까? 범인이 있다면 누가 범인이지? 널 스토킹 한 사람?" 하지만 사건은 또 일어나고... 솔이는 다시 이야기 한다. "널 괴롭히는 사람은 꼭 널 사랑하는것 같아. 네 사진을 보내고 네 목소리를 듣고싶고.." 사랑과 집착은 한끗차이.
저게 말이 되려면, 목졸린 사건 자체가 없었어야 한다. 아니라면 푸름이는 죽을뻔하고 도움을 요청한건데 솔이는 거기다 대고 "범인은 사실 없는거 아닐까?" "범인은 사실 널 사랑하는거 아닐까?" 이러는게 ㅋㅋㅋㅋㅋㅋㅋ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솔이 지못미. 근데 그게 아니라 그냥 신경 거스르는 수상한 일만 주구줄창 일어났던거라면...말이 되잖아.
하지만 그걸 모두 짧은 스토리에 담아내려고 했다면 초반부가 엄청나게 길고 지루해졌을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생각하면 명확한 사건이 있는 편이 전개에도 분위기에도 훨씬 좋고 깔끔하니까. 그 대신 솔이가 무개념소녀가 되었다. 지못미.
일의 계기가 된 살인미수 사건에 대한 의문점은 사실 여럿 있다. 분기에 따라 그런 사건이 몇번 더 일어나는데도 푸름이는 여전히 얼굴을 보지 못한다든지 (정면에서 조르는데도!) 근본적으로 일단 범인은 푸름이를 죽이려고 들 리 없다든지. (범인의 취향대로라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푹 빠진 시점에 모든걸 공개할지언정 푸름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죽는건 절대 원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한줄요약: 풀음이 살인미수 사건은 혹시 정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그동안 일들의 상징적인 역할 아닐까?
하지만 정말 그게 없었다면 푸름이가 '젊은 남자의 손길'(=임정현)을 두려워 한다든지 하는건 확실히 설명할 길이 없고. 뭐 그런 이야기.
+
여태까지 계속 푸름이를 살해하려고 한 사람(=범인)과 푸름이를 구해준 사람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구해준 사람은 푸름이를 방에 데려다 줬다. 그 이야기는 푸름이네 집을 맘대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인데, 일단 임정현은 아무것도 몰랐으니 아웃. 난 중기형사님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사람도 푸름이가 죽을뻔했단 사실은 모르고 있더라. 그 이야기는.... 푸름이를 '구해준'사람은 서규연인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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